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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참에 로봇선생으로 모조리 바꿉시다!

아무리 생각해도 로봇선생만한 게 없어요.


로봇선생은 말이죠. 감정이 없어서 모든 애들을 똑같이 대해요. 편애하는 법도 당연히 없어요. 사랑도 미움도 없거든요. 어떤 상황에서든지 간에, 모든 아이를 “0학년 0반 0번 000학생님”이라고 불러요. 애들이 무슨 짓을 하건간에 감정의 동요도 없어요. 애들이 학교에서 성폭행을 하든, 그걸 사진을, 동영상을 찍건간에, 왕따를 시키든간에 말이지요. 그저 입력된 학교폭력 절차에 따라 일을 처리할 수가 있어요. 공문 처리하는 속도는 인간선생하고 비교도 안되죠. 그냥 바로 그 상황 스캔만 해도 1분 안에 공문이 작성되서 바로 교육청, 학교장에게 이미 전송이 되어 있어요. 해당 학부모 데이터도 다 저장이 되어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문자 연락을 해요. 기계로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어요. 이 정도 싸우면 학교폭력 갈 정도인지 아닌지 바로 판단이 돼요.


게다가, 로봇선생은 이미 몸 자체에 CCTV하고 녹음기가 장착이 되어 있어요. 작동하는 내내 항상 모든 상황을 CCTV로 녹화를 하고 있고, 음성도 녹음을 하고 있어요. 증거가 필요한 순간에 즉시 제출을 할 수가 있어요. 학부모나 관리자가 와서, 청와대 게시판 담당자가 와서 로봇선생한테 책임을 물으면 바로 증거가 있어요.


로봇선생은 감정처리도, 건강관리도, 사생활도 완벽해요. 화난다고 욱해서 소리치는 것도 없고, 억울해서 자살 시도하는 경우도 전혀 없어요. 힘들다고 불평도 하지 않고, 울지도, 웃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할 뿐이에요. 업무가 힘들다 어쩐다 불평도 없고, 아파서 조퇴를 한다던지, 병가를 낸다던지 하는 경우는 아예 없어요.


애도 안낳기 때문에 출산휴가, 육아휴직도 안줘도 돼요. 월급 투정도 없어요. 복지도 필요없어요. 배터리만 제때 충전해주면 돼요. 너무 일을 많이 해서 고장나는 경우도 간혹 가다 있는데, 그러면 바로 새 로봇선생을 구입하면 돼요.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하루만에 도착하니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어요.


로봇선생은 학부모하고 관계도 완벽한데요. 학부모가 새벽 1시에 전화해도 학부모 마음이 풀릴 때까지 3시간이고 4시간, 아니, 12시간도 들어줄 수가 있어요. 동시에 여러 학부모 응대도 가능해요. 학부모가 로봇선생한테 자기 아이만 미워한다고 불평을 하면 축적된 동영상 데이터로 바로 반박을 할 수가 있어요. 로봇선생은 매우 정제된 언어로 차분하게 말하기 때문에 학부모가 절대 화날 일이 없어요.


학부모들이 사람선생한테 얼마나 불평불만이 많은지 아시죠? 미혼이면 애 안낳아본 처녀총각이라 부모 마음을 모른다고 하고, 기혼이면 애도 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고 그러고, 임신해서 출산하러 가면 자기 애 반 담임 바뀌어서 받는 불이익은 어쩌냐고 교육청에 항의하고, 육아휴직하고 돌아오면 어린애 키우는 선생이라 반 애들한테 신경 못 써준다고 짜증내요. 선생이 목소리가 크고, 좀 엄하게 하면 애가 선생 무서워서 학교가기 싫어하고, 선생이 학생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다며 교장교감하게 전화하고, 심하면 아동학대라고 신고도 하고요. 선생이 소근소근 친절하게 대하면 애들이 선생을 만만하게 본다며 이래서 공부가 되겠냐며 민원을 넣어요. 젊은 선생이면 교사경력이 짦아서 얕보고, 나이든 선생이면 빠릿빠릿하지 못하고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싫어하죠. 남자 선생이면 꼼꼼하지를 못해서 안되고, 여자 선생이면 남자애들을 휘어잡지를 못해서 안되죠. 방학이면 선생들 노는 꼴 보기싫으니 월급 안줘야 된다고 청와대에 6만명이 청원을 할 정도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로봇선생만한 게 없어요. 로봇선생은 성별도 없어서 남자도 여자도 아니고, 애도 안낳고, 자기 애를 키울 일도 없고, 목소리도 항상 같은 톤으로 친절하게 대하잖아요. 나이도 안먹고, 몸이 늙어가지도 않고, 방학없이 1년 365일 24시간 가동해도 끄떡없어요. 로봇선생 쓸데까지 써먹다가 고장나면 확 갖다버리고, 새거 하나 더 사면 돼요. 얼마 안해요. 인터넷으로 오늘 주문하면 쿠팡맨이 내일 새벽에 바로 갖다줘요.


그런데 설명하다보니 한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네요. 로봇선생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로봇학생이어야 최대 효율을 낸다네요. 아… 사람학생이면 로봇선생이 오작동할 수도 있다고요?


근데 걱정 안하셔도 돼요. 사람학생이 거의 로봇학생 다 됐거든요. 얘네들요? 태어날때부터 스마트폰을 손에 잡고 태어난 아이들이라서요. 밥도 폰보면서 먹었고, 차 탈때도 폰보면서 다녔고, 할머니, 할아버지도 폰으로만 보고 컸어요. 폰으로 놀고, 폰으로 공부하고, 폰으로 연애하고, 폰으로 섹스하는 아이들이라서요. 그러니 이 참에 로봇선생으로 바꾸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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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 훈이애미 says:

    로봇선생의 기능 족족 진짜 학교 선생님한테 세상이 얼마나 많은걸 바라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드러나네요.. 누가 교사를 신의 집장이라고 했나요ㅠ

    1. 신의 직장은 무신요. 을중의 을 체험하려면 이만한게 없어요. 맞아도 욕먹어도 넘치는 사랑으로 감싸고 이해해라… 갑자기 왜 예수님이 생각나나요???

  2. 비쥬 says:

    아 씁쓸하지만…너무 좋은 아이디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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